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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236 152 164 237 148 136 32 236 189 148 235 147 156’-오픈 코드_ 디지털 정글 속에서 살아가기

2018-08-31

[스토리 × 디자인 4]

 

우리는 매번 스마트폰을 써야 할 때면 화면 잠금을 풀기 위해 나만의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외출 후 귀가하여 현관문을 열려면 디지털 도어록에 일련의 코드를 눌러야 한다. 오늘날 현대인은 온갖 기호 또는 코드(code) 속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글로벌화·디지털화된 세상이 무르익으며 만사가 복잡하고 다층화되어 가는 사이, 비밀 코드는 편의(convenience)와 보안(security)을 이유로 우리 주변을 아우르는 기본 조건이 되었다.

 


‘당신의 코드’ 아니면 ‘당신은 코드’? 현대인은 스마트폰, 컴퓨터 스크린, 자동화 기기 터미널 등 온갖 종류의 거울(mirror) 속에 비친 코드화된 자신의 얼굴과 신체 모습을 확인하는 전자화된 ‘디지털 자아’ 시대를 살고 있다.

베른트 린터만(Brnd Lintermann), 〈YOU:R:CODE〉, 다중채널 프로젝트 인터랙티브 설치, 2017년. Courtesy: ZKM | Center for Art and Media Karlsruhe

 

 

인류는 오래전부터 사물을 가리키기 위해 글자와 이미지를 부여하여 문자 언어를 발전시켰다. 1689년 독일 철학자 라이브니츠(Gottfried Leibniz)가 발명한 2진법 부호 체계에 기반한 근대 컴퓨터 과학의 이진법(binary system)은 0과 1 두 숫자 만으로 모든 데이터를 전환한다. 이 이진법 ‘디지털 코드’는 무한한 횟수로 물리적-디지털 사이의 전환이 가능하고 포괄적이다. 따라서 그 어떤 문자 체계, 예를 들어, 오늘날 널리 쓰이는 서양 문자 기호인 알파벳 코드 시스템보다도 월등하게 위력적이다.

 


얼굴은 두뇌로 통하는 창이자 의지와 훈련에 따라서 맘대로 조작할 수도 있는 기능적 표면이다. 인간의 표정을 읽고 해석하기 위한 안면 인식 및 감정 인식 소프트웨어가 지난 몇 년 사이 개발되면서, 인간의 얼굴은 숫자와 알고리듬으로 분석될 수 있는 ‘측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루벤 판 데 벤(Ruben van de Ven), 〈감정의 영웅(Emotion Hero)〉, 안드로이드 앱/서버 소프트웨어/브라우저 기반 비디오 게임, 2016년. Courtesy: ZKM | Center for Art and Media Karlsruhe

 

 

비밀 코드는 도처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현대 통신 시스템 속에서 정보는 기호화(encode) 되고 암호화(encrypted) 된다. 인간이 쓰는 말, 그림, 소리, 심지어 일상 속 사물의 정체(ID)는 ‘데이터(data)’로 불리는 코드로 전환되어 저장되고 재생되면서 더 방대하고 상세한 데이터로 축적돼간다. 코드로 암호화된 데이터는 우리가 컴퓨터로 작성한 텍스트 문서로 저장할 수 있고 코드화된 소리는 디지털 사운드로 언제든지 재생 가능하다. 심지어 3차원 사물도 3D 모델링 해 변환한 그래픽 파일을 3D 인쇄기로 출력해 낼 수 있다.

 


아이폰 시리, 아마존 에코와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인공지능 로봇 소피는 모두 인간과 대화하는 듯 시늉하는 프로그램화된 컴퓨터 챗봇에 불과하다. 정보교환소, 이커머스 플랫폼, 소비자 콜센터 등은 점점 인간 상담원 대신 챗봇으로 대체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요나스 엘테스(Jonas Eltes / Fabrica), 〈코드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Computation)〉, 스크린 2대와 레스베리 파이 컴퓨터 2대 혼합 미디어 설치, 2017년. Courtesy: Fabrica, Catena di Villorb

 

 

17세기 서양 과학자들은 디지털이 세상을 정복하는 날이 올 것임을 이미 알아차렸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623년 ‘수학 언어 속에 자연이 담겨 있다’고 했고, 이어서 이삭 뉴턴(Isaac Newton)은 물리학이 수학의 위력에 점령당해 놀라운 기술적 진보로 이어질 것이라 예견했다. 그 결과 물리학자들은 숫자와 수학적 공식을 갖고 물리학적 이론을 설명하고, 전기로 작동하는 이분법적 산출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내는 컴퓨터라는 기계를 발명했다.

 


점점 영리한 알고리듬으로 기계학습된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개인사에 일일이 관여한다면 다가올 먼 미래, 인공지능이 인간의 잘잘못을 재판하고 선악을 가르는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닐까?

헬렌 노울즈(Helen Knowles), 〈빚 재판(The Trial of Superdebtthunderbot))〉, HD 비디오 설치, 2016년. Courtesy: ZKM | Center for Art and Media Karlsruhe

 

 

오늘날 우리는 ‘정보’를 공기처럼 숨 쉬고 음식처럼 취하고 그것을 재조합·재가공한 정보를 다시 개인용 디바이스로 입력해 넣으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 코드와 상호작용하면서 살고 있다. 자동화 기계가 코드와 알고리듬을 전환해서 텍스트, 이미지, 소리, 동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사용자의 사용 행태, 표정, 사적 의견이나 반응이 탐색돼 전 세계 서버와 클라우드 저장소로 보내진다. 이렇게 모이고 축적된 ‘빅데이터(Big Data)’는 디바이스 사용자에게 맞춤식 광고를 보내고 공상과학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경고하듯 ‘생각 경찰’ 노릇을 할 날도 머지않았다.

 


금은 석탄을 캐내듯 돈도 채굴할 수 있는 자산으로서, 특히 중국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채굴된 비트코인은 결국 많은 채굴기를 보유하고 효율적으로 더 많이 더 빨리 채굴해 내는 자, 그리고 우수한 성능의 프로세서 칩을 가진 테크 선구자에게 돌아간다.

독일 출신 2인조 아티스트 그룹 위버모르겐닷컴(UBERMORGEN.COM)의 〈중국 동전(붉은 피)〉, 혼합 매체 설치, 2015년. Courtesy: Carroll/Fletcher, London

 

 

로봇과 자동화로 기계와 함께 일하거나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길 미래, 일과 삶의 패턴이 변하면 돈이 거래되고 순환하는 방식 또한 변화할 것이다. 그 같은 예견에 따라 등장한 비트코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은 돈의 디지털화가 더 보편화될 미래를 준비하는 다름 아닌 데이터베이스 테크놀로지다. 국가와 국경이 없고 일련의 암호화된 기호의 사슬로 저장하는 초국가적 암호화폐는 과연 미래의 금융 시장을 뒤바꿀 혁신적 기술일까, 아니면 4차 산업 시대에 봉사할 또 다른 알고리듬의 통치(Algorithmic Governance)가 될 것인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일터의 건축과 인테리어는 그 속에서 일하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형성한다. 유명 스타트 업을 창업하거나 취업하는 것이 젊은이들의 꿈이 된 오늘날, 기업들은 점점 개인의 창의력과 일의 효율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라이프/효율/휴식 간의 경계를 허무는 사무실 환경을 시험하고 있다.

숀 막시모(Shawn Maximo), 〈오픈 도어(Open Doors)〉, 디지털 인쇄, 2017년. Courtesy: ZKM | Center for Art and Media Karlsruhe

 

 

예술가들은 미래 테크놀로지를 디스토피아가 지배하고 개인적 의지와 의사 판단이 묵살되는 암울한 세상으로 그리는 성향이 있다. 반면에 디자이너란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이라는 밝은 미래에 기여하는 미학적 기능과 서비스를 기여하는 직업인이다. 그러나 두 직업인 모두 결국 관객 또는 사용자라는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서만이 각자의 작품을 완성시킨다.

 

디지털 기호와 코드로 노동의 효율과 경제적 가치가 측정되는 현대, 미술가와 디자이너가 공히 ‘디지털’과 ‘코드’의 세계를 이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세상임을 경고하는 전시회 〈오픈 코드(Open Codes)〉 전은 독일 카를스루헤 미술 미디어 센터(ZKM)에서 8월 5일까지 열린 후, 인도 뭄바이에서 순회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글_ 박진아(미술사가·디자인컬럼니스트, jina@jinapa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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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코드 #디지털 #코드 

박진아 칼럼니스트
사회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미술사가·디자인평론가로 현 월간미술 오스트리아 통신원, 미술·디자인·문화 분야 기고가·서적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4~1997년 뉴스위크 한국어판, 1997년 월간 디자인의 객원기자로 시작해 2013년까지 정기 기고했다. 1998~2000년 미국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뉴욕 모마, 이탈리아 베니스 구겐하임 컬렉션에서 일한 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오스트리아에서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기고 및 번역 일을 하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Jinapark.net)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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