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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 인터뷰

불량식품이지만, 불량식품이 아닌 ‘不 불량상회 1969’

2018-09-19

얼마 전 슈퍼에서 아폴로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구매했다. 튜브에 든 색색의 내용물을 쪽 빨아먹는 아폴로는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하는 군것질이었다. 

달콤한 내용물이 튜브에 남지 않고 쏙 빠져 입속에 들어올 때면 달곰한 맛과 왠지 모를 쾌감이 섞여 기분이 한껏 들떴었다.

 

성인이 되어 먹어본 아폴로는 여전히 달았지만 어릴 적 먹었던 추억 속 그 맛은 아녔다. 어쩌면 두 눈이 삐뚤어진 여자아이에서 너무나 세련된 남자아이 캐릭터로 바뀌어 버린 패키지 탓도 있을 것이다.

 

최근 텀블벅에는 이런 불량식품을 재조명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큰 사랑을 받았었다. 바로 이동훈, 송준호 디렉터가 이끄는 디자인 스튜디오 얌얌타운에서 진행한 ‘不 불량상회 1969’로 그동안 불량식품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지만, 불량식품이 아니었던 제품들에 대한 소명이자 사람들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프로젝트였다.

 

 

Q. <不 불량상회 1969>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얌얌타운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저희는 먹는 것을 주제로 그래픽, 제품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 학교 앞 문방구에 사 먹어 봤을 불량식품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추억이 있는 제품이지만, 불량식품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항상 괄시받아왔죠. 

 

우연히 아폴로를 가업으로 이어 오시는 사장님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불량식품으로 생각해온 제품이 사실은 식약청에서 매번 검사를 받는 안전한 식품이라는 것입니다. 사장님은 불량식품이라는 오명을 견디기 어려워 사업을 그만두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인터뷰를 보았을 때 내 추억을 부정당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불량식품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잖아요. 식약청에서 승인이 없으면 판매를 할 수 없으니까요.

 

저희 브랜드 슬로건이 ‘위 러브 로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불량식품이 진정한 로컬이 아닐까 의문이 들었고 이것은 저희만이 다룰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제목 앞에 不자를 붙인 이유도 불량식품으로 불리지만 불량식품이 아니기에 아닐 불자를 붙였어요. 

 

 

Q. 디자인으로 재해석할 때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셨나요?
대표적인 제품인 아폴로는 1969년도에 출시되었어요. 그 당시는 인쇄 기술도 발전이 되지 않았고, 디자인이라는 개념도 없었을 때입니다. 물론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고요. 

단색이거나 총천연색의 패키지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톤 다운이된 레드 컬러와 아폴로에 사용된 굵은 선을 이용해 통일감을 주었습니다.

 

또, 캐릭터들은 ‘아마 실제 살아 있으면 이렇지 않았을까?’라는 콘셉트로 최신 트렌트의 의상을 그려 넣어 친근하고 세련된 힙스터의 이미지로 디자인했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추억 속 식품을 재조명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제조업자분들에게 정식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해요. 처음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했을 때 제조업자분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제조업체와의 전화는 송준호 디렉터가 담당했습니다. 정말 많이 통화했어요. 프로젝트를 재미있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분들도 있고, “저희는 유통도 다 되고 잘 팔린다.”라며 귀찮아하시는 분들도 있었죠.

그 중에 아폴로와 꾀돌이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특히 꾀돌이 제조업체 대표님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Q. 우리나라 불량식품들을 모은 책도 함께 작업하셨어요. 자료를 모으는 것부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제작과정이 듣고 싶습니다.
대기업 제품이 아니다보니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어요. 제조업체 분들도 ‘아마도 이때쯤 나왔어요’ 같은 말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 불량식품에 얽힌 글들을 통해 대략적인 출시연도를 유추해 표기했습니다.


Q. 전시를 함께 진행한 이유가 있을까요?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아직도 팔아?’라는 생각이 드는 제품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다른 분들도 함께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텀블벅을 통해 펀딩해주신 분들께 단순히 배송만 해드리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자 했어요. 

 

전시장인 이곳은 저희의 쇼룸으로 여기에서 프로젝트 구상부터 자료조사, 포장, 택배까지 모든 것이 이뤄졌어요. 그래서 하나의 패키지처럼 이곳에서 전시를 열어 이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고자 했습니다.

 

 

 

Q. 텀블벅에서 펀딩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직접 물건을 받은 이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생각보다 프로젝트를 좋아해 주셨어요. 실제로 티셔츠도 입고 다니시고 SNS에 인증 글도 올려주세요. 

또, 뱃지나 티셔츠를 입고 전시장을 방문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Q. 얌얌타운의 다음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겨울이 다가오는 만큼 군고구마 캐릭터 라인인 ‘구마구마’를 본격적으로 작업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프로젝트로는 밥과 관련된 캐릭터를 구상 중입니다.

현재 프로토타입은 어느 정도 나와 있는 상태에요. 한국인의 주식이자 친근한 밥을 다양하게 디자인으로 풀어보고 싶습니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촬영협조_ 얌얌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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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얌타운 #아폴로 #프로덕트 #패키지디자인 

김영철 에디터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주변의 반대에 못 이겨 디자인을 전공했다. 패션디자이너로 일하다가 한계를 느끼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언제나 새로운 디자인에 놀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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