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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전 세계 유일한 우양산 장인이 전하는 우양산의 예술성

2019-06-18

우산의 매력에 매료돼 8살 때부터 우산을 연구한 한 소년이 있었다. 작은 소년은 우산을 해체하고 조립하며 우산에 대한 애정을 키웠고, 마침내 세계의 유일무이한 우양산 장인이 됐다. 

 


프랑스 우양산 장인 미셸 오르토. 전세계 유일무이한 우양산 장인이다.(사진제공: 플랫폼엘 컨템포러리아트센터)

 

 

프랑스 우양산 장인 미셸 오르토(Michel Heurtault). 그에게 우산은 그 무엇보다 특별한 존재였다. “우산을 펼쳤을 때 팽팽해진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 그는 30여 년간 1770년부터 20세기 후반까지의 역사적으로 독특한 우산과 양산을 수집, 복원하며 시대를 반영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오트 쿠튀르 패션 하우스에서 코르셋 복장과 영화 및 연극 의상, 소품을 제작하고 복원하던 그는 2008년 자신의 이름으로 파라솔 공방(Parasolerie Heurtault)을 설립, 우산 장인의 길을 가게 됐고, 2011년에 프랑스 정부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전통,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지역 대표 기업에 수여하는 인증마크 ‘현존하는 문화유산(Enterprise du Patimoine Vivant, Living Heritage Company)’를 부여받았으며, 2013년에는 프랑스 문화부로부터 장인의 최고 영예인 ‘메티에르 아트(Maître d’Art/Master of Arts)’를 수여받았다. 

 

미셸 오르토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여러 나라의 고객들이 그에게 우산 복원을 의뢰하고 그가 제작한 우산을 소장하기 위해 제작을 요청한다. 물론 그중에는 한국인도 있다. 

 


‘Summer Bloom 여름이 피다’ 전시 전경(사진제공: 플랫폼엘 컨템포러리아트센터)

 

 

그의 30여 년간의 우양산 컬렉션이 플랫폼엘 컨템포러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Summer Bloom 여름이 피다’전을 통해 소개된다. 그의 컬렉션과 그가 제작한 작품은 일본과 중국, 독일 등지에서 전시를 통해 보여진 바 있지만, 아시아에서 그의 18~20세기 우양산 컬렉션 전시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벼룩시장, 골동품 시장 등에서 우산을 수집한 그는 30세에 800여 점의 우산을 수집했고, 지금 그 수는 3,000여 점에 달한다. 그는 현재 세계에서 18~20세기 컬렉션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30년간의 컬렉션을 선보이는 전시로, 우양산 제작의 선두주자이자 20세기 초 10만 명 이상의 우산 장인들이 활동했던 프랑스 우산의 역사와 시대상을 담고 있는 다양한 우양산을 선보인다. 

 

‘Summer Bloom’이라는 제목은 우산을 여름에 비유하고 우산을 펴는 행위를 개화에 빗대 표현한 제목이다. ‘프랑스 우산 이야기(A Story of French Umbrellas)’라는 부제로 총 140여 점의 앤티크 소장품 및 우산과 관련된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들이 전시된다. 

 


‘Summer Bloom 여름이 피다’ 전시 전경

 

 

전시장에 들어서면 풍성한 치마, 잘록한 허리의 드레스를 입은 과거의 여인들이 들었을법한 화려한 우산들이 전시돼 있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다양한 모양의 레이스로 꾸며진 캐노피지만 자세히 보면 모든 부분의 재료가 범상치 않다. 손잡이는 상아로, 중봉은 거북이 등껍질로, 살은 고래수염으로 만들어졌고, 우산 꼭지에는 루비가 빼곡히 박혀있다. 

 

아담한 크기의 양산은 매일 12시간씩 주 6일 동안, 1년간 작업해야 얻을 수 있는 귀한 샹티이 레이스로 장식됐고, 남성용 제품에도 밖과 안이 같은 디자인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수를 놓았다. 실크, 레이스, 자수 등에 더해진 유리구슬과 금, 산호, 자수정 등의 장식으로 제작된 18, 19세기 양산들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섬세함과 세밀함을 지녔다. 

 

지금의 양산과는 확연히 다른 크기의 작은 양산과 매우 큰 크기의 우산, 자동차 안에서 쓸 수 있도록 제작된 양산도 있다. 드레스로 제작된 양산이나 못쓰는 가구가 양산의 재료가 된 모습은 당시의 유행과 흐름을 보여준다. 영화 〈킹스맨〉의 우산에서 칼을 뽑는 장면처럼, 과거엔 실제로 이런 우산이 많이 사용됐다고 하는데, 전시에서는 호신용 칼이 숨겨진 우산과 함께 손잡이 끝에 시계가 달리거나 화장품 등 작은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경첩식 핸들의 우산 등 다양한 기능을 지닌 우산들이 전시된다. 

 

아시아의 영향을 받은 우산들도 있다. 검의 손잡이를 우산의 손잡이로 활용한 우산은 우산보다 칼자루 같다. 20세기 이후 일본에 대한 동경이 커지면서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받아들인 후, 일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다양한 모양의 우산이 제작되기도 했는데, 음과 양을 재해석하는 등의 디자인적 실험도 눈에 띈다. 

 

컬렉션 중 가장 오래된 장 마리우스 원작의 접이식 우산 

 

 

컬렉션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8세기에 제작된 접이식 우산이다. 루이 14세의 특명으로 1740년 처음으로 접이식 우산을 개발한 마리우스(Marius)의 원작으로,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희귀작이다. 최초의 접이식 우산을 제작한 국가는 불분명하지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장 마리우스의 우산이다.  

 

우산을 혼례품으로 보내기도 했다고 하니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우양산들이 당시의 복식 문화를 보여주는 그림들과 함께 전시돼 있다. 여러가지 모양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손잡이도 눈에 띈다.  

 

 

당시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물품이자 우아함을 과시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던 우산은 혼례품으로 보내거나 집안의 가보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전시에서는 전용 상자에 담긴 보기 드문 귀한 우산을 볼 수 있다. 손잡이와 우산 꼭지를 위한 케이스가 있는 우산, 취향에 따라 손잡이를 바꿔 끼워 사용할 수 있는 우산도 전시되며, 당시의 의상이 담긴 그림 액자들이 우산과 함께 전시돼 과거의 복식 문화와 우양산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프랑스 앤티크 우양산 컬렉션과 함께 갤러리 2에는 권중모 작가의 한지 조명 작품이 설치돼 있다. 

 


김용호 작가의 영상 작품을 배경으로 한 갤러리 3(사진제공: 플랫폼엘 컨템포러리아트센터)

 

 

전시장에는 프랑스 앤티크 우양산들과 함께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돼 눈길을 끈다. 2층 전시장에는 한국적인 재료와 공예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권중모 작가의 한지 조명 작품 〈겹〉이 설치돼 있고, 3층 전시장에는 제주의 사계를 모티브로 제주의 풍경과 사운드를 담은 김용호 작가의 영상 작품 〈blow blow blow〉가 공간을 채운다. 한국적 요소가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 한국의 자연이 빚어낸 햇살과 비, 바람 등의 모습은 다른 듯 조화롭게 프랑스의 앤티크 우양산과 어우러진다. 

 

다양한 아카이브들이 전시된 아넥스 3

 


당시 유행했던 우양산 스타일을 볼 수 있다.(사진제공: 플랫폼엘 컨템포러리아트센터)

 


다양한 물건을 소개하고 있는 카달로그에는 의류 스와치까지 붙어있다. 

 

 

전시에서는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아카이브들을 볼 수 있는데, 아넥스 3에서는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의 봉 마르쉐(Bon Marche) 백화점의 쇼핑 카탈로그가 전시된다. 직접 공방을 운영하며 우산을 제작했던 봉 마르쉐 백화점의 다양한 디자인은 당시 유행했던 우양산 스타일을 보여준다. 우리가 홈쇼핑 카탈로그를 보고 물건을 주문하듯 파리 외곽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백화점 카탈로그를 보고 쇼핑을 했는데, 의상 구매 참고용 의류 스와치까지 붙어있는 이 카탈로그들엔 유행했던 우양산 디자인은 물론, 옷, 모자 등의 의복과 여러가지 물건들이 담겨있다. 과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들로, 미셸 오르토 역시 이 자료들을 작업에 활용한다고 한다. 미셸 오르토의 작업실 풍경과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아카이브와 함께 미셸 오르토의 작업들을 살펴볼 수 있는 아넥스 2

 

 

미셸 오르토는 〈블랑섹의 기이한 모험〉, 〈페어웰, 마이 퀸〉, 〈마담 보바리〉, 〈마드무아젤: 위대한 유혹〉 등 영화와 뮤지컬의 소품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아넥스 2에서는 코스튬 디자이너이자 우산 복원 전문가인 미셸 오르토의 지금까지의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와 뮤지컬 소품으로 제작된 우산들은 영화 클립과 함께 전시, 실제 작품의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다. 

 

아트숍에서는 미셸 오르토의 빈티지 컬렉션과 함께 그가 직접 제작한 우양산이 전시, 판매돼 그의 작품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그는 한 장의 오래된 사진을 가지고 왔다. 1900년대 럭셔리 숍 쇼윈도에 우양산이 진열된 이 사진을 특별히 여기는 이유에 대해 “당시 우양산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큰 사랑을 받았는지를 말해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전시를 통해 만난 우양산들은 역사 속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현재의 장인에 의해 보존되고 있는 하나의 예술품이다. 예술성이 깃든 일상의 물건을 통해 과거와 현재, 문화와 문화가 이어지는 경험을 선사하는 이번 전시는 9월 19일까지 이어진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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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이야기,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의 모습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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